[가경이의 문화산책 걸음마] 화폐박물관
[가경이의 문화산책 걸음마] 화폐박물관
  • 이가경 기자
  • 승인 2019.07.27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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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평통보 모전판
상평통보 모전판

이게 뭔지 사진만 보고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아주 특별한 사람일 것 같다.
내겐 어째 구스타프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가 생각이 난다.
나만 그런가?

아니 어쩌면 이게 진짜 생명의 나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억지인가?
<상평통보 모전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예쁜 아이는 상평통보를 주조하는데 쓰이는 일종의 거푸집 혹은 금형인 셈이다.
생긴 모양이 나무같다고 하여 동전을 부르는 이름인 "엽전"이 바로 이 모양에서 유래한거란다.
옛 사람들 눈에는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과일이 아니고 잎사귀로 보였나 보다.

날씨도 덥고 급한 용무(?) 때문에 들렀던 화폐박물관 
잠시 더위를 식히고 나오는데 누군가 손짓하며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외면하고 그냥 갈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너무 예쁘다.
<열쇄패>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뭐 여기다가 열쇠를 다는 건가? 
옛 사람들도 결혼 할 때 열쇠 몇개씩 챙겨가면서 이렇게 크고 예쁜 열쇠고리를 함께 가져갔었나? ....'
의문들이 끝없이 따라 오는데 둘러 보아도 누군가 답을 줄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디오가이드에 번호를 입력하고 설명을 듣는데 신통치 않다.
다시 반납하고 신청하면 해설을 해준다기에 해설신청을 하고 시간이 어중간하게 남아 2층 전시실에 그림을 보러갔다.
한국은행은 돈이 많아 덕분에 그림도 많이 샀다.
그리고 그 그림들을 2층 미술관에서 전시도 한다.
역시 무료다.
그림을 둘러보고 내려와서 해설을 들었다.
해설을 듣고서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속시원하게 알 수가 없어 아쉬웠다.
질문에는 주로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 또한 아쉬웠다.
다시 찬찬히 혼자 둘러 보았다.

별전
일단 참 예쁘다.
전체적인 모양이 이렇게 생겼다(아래사진)
여러 가닥으로 머리를 땋아 늘어 뜨린 것 처럼 보였다.
찬찬히 다시 보니 헝겊으로 땋은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동전을 굴비 엮듯 엮어 놓은 것이다.
옛날 친정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의 혼수 상자에 넣어 주던 것이란다.
신부는 신방의 가구 등에 걸어 집안에 오복이 들어 오기를 기원했다는데 오복이라는 놈들 저절로 들어 가고 싶게 생겼다.

별전
별전

이 예쁜 쇠붙이가 별전이라고 불린단다.
디자인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공예품으로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하고 특이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귀하고 예뻐서 그런걸까?
이름도 많다.
열쇠패를 별전패(別錢牌) 개금패(開金牌)라고도 한다는데 개금(開金)이 열쇠라는 뜻이란다.
정말로 예쁘다.
예뻐서 눈에 띈다.

별전

조선의 동전은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구리와 주석으로 만들었단다.
상평통보를 주조할 때 재료의 품질 무게 등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동전이 바로 이 별전이란다.
왕실의 경사나 성곽의 건립등 특별한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니 일종의 기념주화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통화로서의 상평통보와 구분하기 위해 별전이라고 부른단다.
길상 및 벽사와 관련된 문자나 문양을 표현한 것이 많아 왕실이나 사대부가의 패물이나 소장품으로 사용되었다는데 그럴만 하다 싶다.

이렇게 마치 문인화를 보는 듯한 주화도 있고

한 점의 민화 작품을 감상하는 거 같은 별전도 있다.
심지어는 채색도 되어있다.
동물 모양 
식물 모양
숫자
문자
심지어 사람까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별전 디자인으로 사용 된 듯 하다.

이렇게 다양한 문양의 별전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라니 더 예뻐보이기도 한다.

상평통보 갤러리

전시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통로에 상평통보갤러리가 있다.
옛날 돈을 만들고 통용하고 등등 
돈에 대한 내용이 아주 잘 정리 되어 있다.

화폐의 단위와

화폐의 가치 등
조선시대의 화폐
특히 상평통보에 대한 모든 것들이 잘 설명 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화폐를 주조하는 곳이 여러 곳이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모든 돈을 조폐공사에서 찍어 내는데 그 때는 여러 관청이나 심지어는 지방에서도 동전을 주조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앞면은 디자인이 같지만 뒷면에는 발행기관을 표시했다는데 놀랄만큼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식이라 여겨진다.
화폐의 위조나 잘못된 통화등 화폐유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범위가 좁아 문제해결이 훨씬 쉬웠겠다 싶어 그 지혜로움에 감탄하였다.

김홍도의 <성하부전도(城下負錢圖)>라는 그림도 걸려 있다.
성벽아래를 돈을 짊어진 두 사람이 군사들이나 다른 일행의 호위가 없이 걸어 가고 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그림이지만 어쨌든 패스

성하부전도(城下負錢圖)

(사진이 시원치 않아 인터넷에서 스크린샷한 것임)

여태 동전 얘기를 했으니 이제 지폐 이야기도 해야하지 않을까?
지폐?
그런데 정말 지폐가 맞나?
설마~~
세탁기에 들어 갔다가 나와도 멀쩡한데?
다른 나라는 어쩐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나라의 지폐는 종이돈이 아니다.
면섬유로 만든 면제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화폐보다도 아름답고 튼튼한 돈
그게 대한민국의 화폐다.

면섬유

위폐 방지와 식별을 위해 이런 은선도 사용된다.

은선
은선

디자인도 뛰어나지만 건너뛰어야지
지폐를 인쇄할 때는 이렇게 여러장의  화폐를 붙여서 인쇄하여 절단한 후 유통시킨다.

일련번호 0번은 대통령이 서명하여 한국은행에 보관한단다. 
화폐박물관은 한국은행 소속이다.

1번부터 100번 까지도 한국은행에 보관한단다.
그리고 101번부터 1000번 까지는 경매를 통해 매각하고 그 돈을 불우이웃돕기 등에 사용한다는 것이 해설사의 설명이다.

그렇게 태어난 돈은 한국은행 금고에 보관했다가 돈이 필요한 곳에 공급된다.

금고에 쌓아둔 돈을 이런 기구들을 통해 운반한단다.

돈의 무게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실제 돈은 아니고 무게를 맞춧 것이라고하니 욕심나더라도 침만 삼켜야한다.

세상에 나가서 이곳 저곳 여행을 하고 돈으로서의 한살이가 끝난 화폐들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온다.
동전은 녹여서 금속원자재로 재활용하고 지폐는 이렇게 자르고 

압축시키고 하여

건물 바닥재나 차량용 방진패드의 원료 등으로 재활용 된단다.

금고 앞에서는 돈방석에(?지폐를 잘라 의자속에 넣음) 앉아 볼 수도 있다.
5천원 지폐 19kg 약8,600만원
1천원권 지폐 19kg 1,800만원
그리고1만원권 지폐 19kg 1억7,000만원이 들어가 있단다.

아직도 화폐박물관 이야기 절반도 안했는데 여기서 마쳐야겠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보면 되겠지
영업시간은 좀 신경써야한다.

여러면에서 참 고마운 화폐박물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한 기분이다.
뜨거운 여름 날의 깜짝파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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