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 강길봉
  • 승인 2019.08.03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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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silluette) - 신경림(1998 지음)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흙 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이 시는 신 경림 시인(1935년 생, 동대영문과 졸, 56년 갈대로 등단)이 환갑이 지난 어느 날 쓴 시로 추측된다. 시대에 따라 달라진 불꽃을 내세워 시인의 삶의 시계열적 흐름(time series flow)과 상황을 유년시기에서 환갑에 이르기까지 구성하고 있다.
시의 배경(背景, ground)은 불꽃(램프->카바이트 등 칸델라불->전등불이나 형광등)과 시간(어려서, 조금 자라서, 소년, 청장년, 환갑 이후 등), 그리고 시대와 작가의 생활상(어머니와 할머니의 재봉틀에 의존하는 가난한 삶, 아귀다툼하는 금점꾼과 아낙네들, 가설극장과 가겟방, 대처에서의 환락과 외국여행 등)이다.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약력:
* 순천 태생, 순천매산고/단국대 법대(5.16 장학생)/고려대 대학원 졸(행정학석사/박사)
* 고시학원 강의(종로/노량진/신림동 24년)
* 고려대, 서울시립대, 행정안전부, 광운대 강의(외래/겸임/강의전담교수)
* 최신행정학(육서당,2000, 20판), 최신행정학(새롬, 15판) 행정학개론(21세기사,2019)
, 외 저서 및 논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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