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 강길봉
  • 승인 2019.08.11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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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 홍윤숙 시인
먼 후일 ...... 내가
유리병의 물처럼 맑아질 때
눈부신 소복으로 찾아가리다.
문은 조금만
열어 놓아 주십시오

잘 아는 노래의 첫 구절처럼
가벼운 망설임의 문을 밀면

당신은 그때 어디쯤에서
환 - 희 눈 시린 은백의 머리를
들어 주실까......

알듯 모를 듯 아슴한 눈길
비가 서리고
난로엔 곱게 세월 묻은
주전자 하나 숭숭 물이 끓게 하십시오

손수 차 한잔 따라 주시고
가만한 웃음 흘려주십시오

창 밖에 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그런 날 오후에 찾아가리다 -

홍 윤숙(洪允淑, 1925~2015) 시인은 1950년대 여성시의 위상을 강화한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분이시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셨다.
요즘 안팎, 혼돈 그 자체의 시대라 마음 둘 곳도 마땅찮다. 나의 스무 살 시절도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대였다. 무섭고 춥고 외롬고 고단했던 대학 시절에, 처음 이 시를 접하고 한 없이 맑아지며 삶의 희망끈을 쥐며 마음 기댔던 시다. 누구에게나 실현 불가능한 그리움 하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세월에 상처가 난 몸과 마음이지만 제발 내치지 마시고 가난하고 맑은 마음(은백, 곱게 세월 묻은, 숭숭 물, 손수 차 한잔, 웃음)으로 맞이해주라는 간절함을 담은 시다. 꿈에서라도 가이없는 새하얀 설원(雪原) 위에 그리움 하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약력:
* 순천 태생, 순천매산고/단국대 법대(5.16 장학생)/고려대 대학원 졸(행정학석사/박사)
* 고시학원 강의(종로/노량진/신림동 24년)
* 고려대, 서울시립대, 행정안전부, 광운대 강의(외래/겸임/강의전담교수)
* 최신행정학(육서당,2000, 20판), 최신행정학(새롬, 15판) 행정학개론(21세기사,2019)
, 외 저서 및 논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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