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연재]강박사의 토요 시(土曜 詩) 마음자리
  • 강길봉
  • 승인 2019.08.1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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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이유 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作別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作別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 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이 시는 경희대 미대 학장을 지낸 片雲 조병화(1921-2003) 교수가 마흔셋 즈음 쓴 시다. 난해한 시, 이념적인 시, 의미 없는 언어 성찬의 시, 체화되지 못하고 ‘체’하는 시를 가장 싫어했던, 선생의 시 세계를 나는 가장 예나이제나 좋아해왔다.
인생이란 만나고 헤어짐으로 점철된 시간여행이다. 지나온 시간과 가야 할 시간의 접점에서 인간은 현재라는 이름의 순간(present named moment)에 머무르는 존재다. 그 찰라적인 삶의 와중, 가장 슬프고 애달픈 것은 정 들었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내성(tolerance)이 없는 이별, 그 속에서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만남과 그 과정에서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깊은 정과 사랑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더 살아서 무엇하랴.”라는 극단(極端,terrible ending)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별이 오면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정을 주고 살아야 하는데, 상처받지 않고 쉽게 잊을 수 있게 사랑해야 하는데, 그것이 신(神)이 아닌 인간의 몫일까 반문(反問)하며 코스모스 피는 가을을 무담시 기다려본다. 2019.8.17.7:40 강길봉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강길봉 박사

약력:
* 순천 태생, 순천매산고/단국대 법대(5.16 장학생)/고려대 대학원 졸(행정학석사/박사)
* 고시학원 강의(종로/노량진/신림동 24년)
* 고려대, 서울시립대, 행정안전부, 광운대 강의(외래/겸임/강의전담교수)
* 최신행정학(육서당,2000, 20판), 최신행정학(새롬, 15판) 행정학개론(21세기사,2019)
, 외 저서 및 논문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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