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이의 그림이야기]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1)
[가경이의 그림이야기]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1)
  • 이가경 기자
  • 승인 2019.03.07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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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 전시기간: 2월15일~3월17일

지난 2009년에 문을 열어 개관 10주년을 맞은 겸재정선 미술관에서 지난 2월 15일 금요일부터 작지만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겸재는 그의 인생에서 화가로서의 가장 절정기라 보여지는 65세 부터 70세 까지 5년간 양천현령을 지냈으며 이 때 한강 주변과 양천현의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유감없이 담아 내었다.

그러한 인연으로 강서구 옛 양천현아지에 겸재 미술관이 건립되었다.

작고 아담한 미술관이지만 내실있고 알차게 꾸며져있어 겸재를 좋아하거나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들러봄직하다 어떤 사람들은 원화가 많지 않다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미술관에 원화는 13점  그중에서도  4점은 미술관 소유가 아니고 수탁 관리중이다.

2층 원화실에서 이 작품들을 번갈아 가며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미술관에 있는 모든 원화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층에 전시되고 있는 원화는 영인본으로 나머지 원화 그림들과 함께 1층 제1기획전시실에서 "선경을 닮은 진경의 세계"라는 타이틀을 걸고 전시중이다.

유리 진열장안에 원화가 있고 원화를 몇배로 확대한 그림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어 그림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잘 되어 있어 도슨트의 해설이 없이도 그림을 잘 모르겠다는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다.

겸재의 대부분의 그림들은 화첩으로 되어 있어 그 크기가 작다 따라서 그림 속의 작고 세세한 부분들은 돋보기를 이용하지않고는 보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 가끔은 '이런 부분들은 좀 확대해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아쉬움을 해결해 준 전시라고 보면 된다. 또한 영상으로 그림의 작은 부분들을 확대해서 보여주고 동영상으로 까지  보여주니 더 바랄게 없지 싶다.

그래도 작은 바람이 있다면 우리 같은 개인들은 구하기 쉽지 않은 사진 자료까지 함께 보여주었다면 얼마나 더 감동스러웠을까 싶었다.

욕심이 좀 과했나?

모든 것이 다 차려진 전시  숫가락만 들면 되는데 그 숫가락마저 손에 쥐어 주면 어떨까 싶어 겸재의 그림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볼까한다. 

전시실 입구
전시실 입구

전시회를 가면 항상 제목과 부제를 눈여겨 보자.
전시 기획의도를 나타내는 대표어이다.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내 건 간판 

이 말들을 머리 속에 담고 전시된 그림들을 이 제목과 엮어 보는 노력을 하다 보면 작가와 그림에 좀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실안에 들어가면 처음으로 보게 되는 부분이다.

청하성읍도
청하성읍도

겸재는 주역에 밝고 사서삼경도 보지 않고 다 외운다고 했다.
그러니 결코 머리가 나쁘거나 실력이 모자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고 뒤늦게 음직으로 관직에 발을 들여 놓았다.
관상감 겸교수
아마도 그가 주역에 밝았기에 가능했으리라.

겸재가 처음 하양현에 이어 두번째로 지방수령으로 근무한 곳
청하현
지금의 포항시 청하면이다.
겸재는 58세 부터 60세 까지 3년간 이 곳에 있었다.
예전에는 이 지역의 중심지가 바로 이 읍성지역이었다는 얘기다.
지방관아가 다 성으로 조성된 것은 아니어서 가까이에 바다가 있으려니 생각해 보았다.
실제로 가까이에 바다가 있다.
그림 왼쪽 아래 부분이 갯벌이라는데 나로서는 그림만 봐서는 모르겠다.
이 작품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서 그린 그림이 분명한데 신기하게도 화면중앙에 위치한 읍성이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대위에 들어 올려진 것처럼 당당하다.
이 당당함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저절로 가슴이 펴지게하는 이 마력
참 신기하다.
거기다 낙관 옆에 찍힌 백문방인
천금물전(千金勿傳)
아무리 많은 돈을 받더라도 팔지말라는 이 말
겸재는 이 그림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두었나보다.

지금 청하읍성은 그 흔적이 별로없다.
일제가 계획적으로 지방관아와 성들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읍성 자리에 관아 건물들을 부수고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건물을 지었다.
그래도 그림속의 회화나무 한 그루가 아직도 청하면 행정복지 선터 앞마당에 당당히 서있다.

청하면과 겸재의 관계를 자랑하는 표지판도 서있다.

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돌면 이렇게 읍성의 흔적을 학교 담장에서 찾을수 있기도 하다.
밤이라서 사진은 흐리고 사진을 찍는 내 그림자가 길게 담장에 드리운다.
과거와 현재
그 메꿀 수 없는 간극을 연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총석정도
총석정도

관동팔경중에서도 최고의 비경이라는 총석정
너무나 아름다워 시인 묵객 화가들에게 사랑 받았다는 곳
다투어 노래하고 그렸던 아름다운 비경
하지만 지금은 갈 수 없는 그 곳
겸재도 그리고 또 그리고 반복해서 그렸던 바닷가 아름다운 정자와 병풍처럼 서있는 주상절리 

2층 전시실에 있는 사진 자료ㅡ신묘년 풍악도첩 중앙박물관

서른 여섯
아직은 젊은 겸재가 보았던 총석정이

2층 전시실 사진자료ㅡ관동명승첩 간송미술관

예순하고 셋 
세상풍파를 다 헤쳐내고 노년에 이른 겸재에게는 또 이런 모습이었다가 마침내  도달한 선경

바다에서 우뚝 솟아 올라 비상하듯 하늘 높이 떠 있는 작은 정자
그리고 친구처럼 나란히 서있는 돌기둥
바람이 지나가고 붉은 태양이 떴다가 어둠이 깃들고 물새가 찾아들고 고깃배들이 나갔다가 들어 왔다가....
그렇게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곳
마침내 겸재는 비움으로서 가득채우는 마법을 알아버렸나보다.
그래도 혹시 단조로울까봐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 그 위로 낙관을 찍어 완성했다.
낙관까지도 명실상부하게 그림의 일부가 되었다.
아름답다.

감상평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또한 사진자료들은 직접 찍은 사진으로 겸재미술관에 있는 그림이거나 현장에 직접 다녀 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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