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경이의 그림이야기]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2)
[가경이의 그림이야기]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2)
  • 이가경 기자
  • 승인 2019.03.09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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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선경仙景을 닮은 진경眞景의 세계》
- 전시기간: 2월15일~3월17일
피금정(披襟亭)
피금정(披襟亭)
피금정(披襟亭)
피금정(披襟亭)

피금정(披襟亭)
지금의 금화군인 금성에 있는 정자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옷깃을 풀어 헤치게 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그럴만도 하다.
정자앞으로 남대천 시원한 물이 흐르고 정자주변에 5리(2km)나 되는 가로수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으니 말이다.
원래 큰 비로 남대천이 범람하자 수해를 방지할 목적으로 인조 때의 현감 홍정이 냇가에 방축을 쌓고 잡목을 심어서 생긴 인공 조림 숲에 숙종5년 현감 안정숙이 정자를 세웠다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실용적인 목적으로 뭇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한다.
한양에서 금강산으로 갈 때 의정부 포천 철원 금성을 거쳐 단발령을 넘어야했다는데 이 곳을 지나 금강산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에 위치해있다는데 언제나 가 볼 수 있을까?
지금은 휴전선 북쪽에 위치해 있기에 그 안부마저 궁금하다.
잘 있겠지?

겸재 만년의 그림으로 보인다.
전시회에 년도가 표시되지 않았는데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뒷편에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고 정자주변의 나무들에 잎사귀가 무성한 걸 보니 여름인가 보다.
강위에 한가로이 배가 떠있고 정자는 비어있다.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롯이 나의 것이다.
강으로 향하는 길마저 계곡의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듯 정자와 강을 연결하고 있다.
조용하고 시원하다.
여름인가 보다.
바람이 없어도 그 자체로 시원하다.
백하(白下) 윤순(尹淳)이 이 그림을 보고 지었을까?
"골짜기의 빛은 깊어 저문듯하고 마을 모습은 고요하여 잠자는 것 같네"
峽色深如莫
邨容精若眼
이시를 당시의 뛰어난 서예가 연객烟客 허필이 적어 놓았다.
당시의 이름난 화가와 뛰어난 시인 그리고 실력있는 서예가의 아름다운 합작품
그 자체 만으로도 참 귀하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위치와 능력을 알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나이와 정파를 심지어는 신분을 떠나 함께 할 줄 알았다.
피금정 또한 겸재도 반복해서 그렸고 김홍도 강세황 등 당시 그림 좀 그린다는 화가들의 작품도 전하고 있다.

강세황의 글

강세황의 글
강세황의 글

어느 화첩에 있던 글인지는 모른다.
겸재의 그림을 보고 표암 강세황이 남긴 감상평이다.
얼핏보면 칭찬이다.
이 화첩의 그림들이 모두 뛰어나다고 칭찬으로 시작한다.
"감탄하며 감상한 나머지 한마디 적는다"고 아부성 발언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옹은 지금 늙어 다시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절대 칭찬은 아니다.
아니 신랄한 비판이다.
그런데 당대 최고의 화가를 대놓고 비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년의 겸재
여전히 인기가 좋아 다작(多作)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그가 그림을 성의없이 그린다고 생각했었을까?
만년의 겸재화풍이 맘에 들지않았던 것일까?

강세황의 글

《조어》

조어
조어

낚시하는 그림
강태공이 떠오른다.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사람을 낚는 어부
그래서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았던 주제
그런데 이 그림속의 낚시꾼은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배안에는 술상이 차려져 있고 낚시에도 뜻이 없어보인다.
단단한 바위절벽
그 절벽을 뚫고 자란 한그루 나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랄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튼실하다.
그리고 그 나무 아래 작은 낚시배를 띄우고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다.
배위의 낚시하는 사람도 잘보면 겸재자신이다.
어린 시절 척박한 환경을 딛고 화가로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화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열심히 잘 살아온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에게 주는 보상같은 당당함이 느껴진다.
자의수조 (紫衣垂釣)
강안배비 (江雁背飛)
자주색 옷을 입고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강가의 기러기들이 강건너로 날아간다.
그림을 그대로 옮겨놓을 이 글
누가 지었는지는 알 수 없고 글씨는 연객 허필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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