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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호 앞세운 제도 허점이 낳은 '연쇄살인'…전자발찌 범죄 급증
2021. 08. 30 by 데일리메이커
© News1 DB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50대 남성이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하면서 전자감독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혹은 끊고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잇따르는데도 인력 충원 등 현실적인 대응방안 없이 인권보호 강화 명목으로 전자감독 제도를 확대하고 가석방 심사기준까지 완화한 법무부의 미흡한 후속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감독 대상자 범죄 잇따라…성폭행·보복폭행에 살인까지

29일 경찰에 따르면 A씨(56)는 29일 오전 8시쯤 송파경찰서에 자수하며 도주하기 전 여성 1명,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후 또 다른 여성 1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연쇄살인이 전자감독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셈이다.

최근 들어 A씨처럼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혹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 장흥군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50대 성범죄 전과자는 일주일 넘게 잡히지 않고 있다. 범죄전력 때문에 전자발찌를 찼던 남성은 착용 상태에서 아파트 이웃을 성폭행한 뒤 수락산으로 도주했다가 지난 9일 붙잡혔다.

지난 17일엔 과거 성범죄로 복역 후 출소하면서 전자발찌를 부착했던 50대 남성이 인천시 남동구 한 다방에서 60대 여성업주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한 '함바왕' 유상봉씨(74)는 보름 만인 지난달 27일 붙잡혔다.

성범죄 보호관찰 대상자로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30대 남성이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 특수상해 혐의로 복역 후 출소했던 한 60대 남성이 가석방 조건에 따라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가 과거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여성을 상대로 보복폭행을 저지른 사건도 발생했다.

 

 

 

 

 

 

 

© News1 DB

 

 


◇전자발찌 차도 뭘 하는지 알 수 없어…인력부족 사태 '심각'

전자감독제도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특단의 정책으로 2008년 도입됐다. 이후 2009년 미성년자 유괴범, 2010년 살인범, 2014년 강도범, 2020년 가석방되는 모든 사범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2013년에는 24시간 상시 대응체제가 구축됐으며 2014년에는 전담 집행부서가, 2019년엔 1대1 전담보호관찰제가 도입됐다.

문제는 전자발찌의 경우 위치추적은 가능하지만 전자감독 대상자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1대1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도주 전 전자발찌를 찬 채 저지른 범행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법무부에서도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무부는 위험 상황에 처한 국민이 스마트폰을 3회 이상 흔들면 신고자의 위치값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변 20m(미터) 내에 전자감독 대상자가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는 서비스를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서울시 모든 구로 확대할 계획인데, 전자발찌를 찬 성폭력사범에 한정되는데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대상자는 파악이 어렵다. 시민의 위험 상황을 확인해야할 직원의 수도 모자라다.

전자감독 대상자는 2011년 1561명에서 지난해 6044명에서 올해 7월 8166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7월의 경우 가석방되는 모든 사범을 대상으로 전자장치 부착 대상을 순차 확대한 것이 증가 요인이 됐다. 8166명 중 4287명이 가석방되는 인원이다.

A씨와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조두순처럼 전담보호관찰관을 지정하는 등 1대1 관리·감독이 이뤄지거나 감독 대상자를 관리인원당 10명 이하로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감독 인력은 2016년 141명에서 2021년 7월 281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전자감독 대상자도 늘면서 1인당 관리인원은 2016년 19.1명에서 올해 7월 17.3명으로 소폭 줄어든 데 그쳤다.

최근 인력을 늘렸음에도 전자감독 대상자 역시 크게 증가해 직원 1명이 10명이 넘는 대상자를 관리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든 대상자를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가정환경이나 직업 여건이 좋지 않은 대상자를 선택·집중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위치만 파악하는 게 아니라 전자감독 대상자와 면담을 진행하며 범죄 욕구를 줄이는 등의 심리적 관계를 형성해야함에도 이같은 대응은 통상적인 경우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전자감독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만한 충분한 준비없이 인권보호 강화를 명목으로 전자감독제도와 가석방 심사기준부터 완화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역시 "44명의 직원이 서울 1000만 인구와 경기도 1200만 인구를 전부 커버한다는 것이 기가 막힌 노릇"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시험 착용하고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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