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떠밀린 험지에서 장렬한 전사!”
황교안 “떠밀린 험지에서 장렬한 전사!”
  • 장택선 기자
  • 승인 2020.04.16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험지 출마 황교안, 40% 득표하고 패배...대구 출마 홍준표, 38.5% 득표로 당선
‘재난기본소득’ 먼저 제안했다면 참패 면했을 수도...“딴지 걸기 프레임으로 일관” 국민 정서 못 읽고 패배
머나 먼 국회 입성의 길...험지 출마 인정받으면 “대권 도전 동정론 얻을 수도”
지지를-호소하며-절하는-황교안-대표
지지를 호소하며 절하는 황교안 대표 (사진 연합뉴스)

(데일리메이커) 장택선 기자 = 어차피 예측된 싸움이었다.

그것도 마지못해 떠밀려 나간 경기였고 승자는 이미 정해진거나 다름없었다.

정치 초년생으로 첫 총선을 치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선거 패배의 모든 책임을 지고 개표 도중 당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야당의 강력한 대권주자로 반드시 국회 입성을 해야하는 처지에서 이번 4.15총선은 황대표에게 선거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한판이었다.

▢ 참패로 끝난 ‘좌충우돌’ 정치 신인의 신고식

황대표는 지난해 장외 집회에서 당내 숙적들을 장악하기 위해 ‘험지 차출론’을 강력하게 밀어부쳤다, 하지만 자신 또한 험지 출마를 외면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하게 되면서, 결국 여당의 강력한 대권 주자인 이낙연후보와 ‘종로대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종로 출마가 확정된 이래 황대표는 단 한번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지지율 또한 20%대를 벗어나기도 힘든 완전한 열세가 지속되었다. 거기에 더해 통합당은 차명진(부천병)후보의 세월호 막말 논란 등 악재가 더해지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황대표 역시 선거 기간 중 터진 이른바 ‘n번방 사건’의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민 감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 누구도 황대표의 이변을 기대하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오히려 황대표가 어느정도까지 격차를 줄일 것인지가 관심사였고, 그나마 대다수는 참패까지도 예견하는 모양새였다. 결국 정치 신인 황대표는 당대표이자 정치인으로 치른 첫 선거에서 자신은 물론 당까지도 참패를 모면하지 못한채 결전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당대표에 선출된지 약 1년2개월여 만에 당의 모든 직을 내려 놓고 물러난 총선이 된 것이다.

유세하는 황교안 대표
유세하는 황교안 대표 (사진 뉴스1)

▢ 정치 신인의 한계 보인 ‘보수의 리더’

황대표는 지난 해 2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후, 자신의 인생에서 한번도 걸어보지 않은 투사가 되어 보수의 선봉에 나섰다, 특히 조국사태는 광장의 촛불로 전소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대오를 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현 정부가 그토록 외치던 공정한 게임의 민낯을 파고들며 범보수세력 결집에 나섰다. 조국사태는 국론분열로 치달으며 보수의 강력한 결집 아래 팽팽한 전선이 형성되었다.

광장의 촛불로 일거에 몰락한 보수 진영에게 황대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줄기 빛이 되었다. 그리고 선거를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호재가 찾아왔다. 이른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신천지 사태’였다. 통합당은 “문재인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인 대처를 한 결과로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확산하게 되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부었다. 코 앞에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신천지 사태’는 그야말로 판세를 뒤집을 만한 대형 호재가 분명한 듯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 위기관리 능력 발휘한 정부, 위기가 기회로 반전되다

신천지 사태로 정부와 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지지율 또한 급속히 하락했다. 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세 또한 날로 높아졌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여당의 위기 관리 극복 능력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 생명이 일각에 달한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사력을 다했고, 그 모습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가 한국형 모델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바이러스는 전세계를 강타했다. 우리의 모습과는 대비되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보며, 국민들은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상황으로 돌아섰고 자부심마져 느꼈다. 무엇보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시했고 문재인대통령은 전염병을 물리친 위대한 지도자로 떠올랐다.

▢ 전국민‘재난기본소득’ 지원 카드 먼저 썼다면 선거 프레임 바뀌었을 수도

선거 중반에 이르러,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며 앞다퉈 한국형 모델을 도입하려는 정세로 돌아섰지만, 황대표는 이렇다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은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긴급히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황대표는 이 또한 선거를 의식한 표 구걸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했다.

만일 코로나 사태 초기에 황대표가 먼저 나서서 전국민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국민들은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여야를 따지지 않고 강력하게 지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호흡기 같은 급박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던진 황대표의 선거 포퓰리즘 메시지는, 그야말로 딴지 걸기에 다름없는 행위로 비춰졌을 뿐이다. 더군다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 전국민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주장한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허수에 불과한 것으로 황대표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허수에 불과했다.

▢ 선거 참패에도 부활 명분 불씨가 될 ‘험지 출마’

황대표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대권 도전에 대한 포기 선언은 하지 않았다. 물론 대권에 대한 언급이 시기 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일찍부터 ‘종로대전’이 미리보는 대선 전초전 임을 감안한다면 개표 도중의 사퇴 발표는 계산된 작전상의 후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총선 참패에 대한 발빠른 당대표직 사퇴를 통해 대내외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최악의 상황도 수습하는 대책이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황대표가 국회 입성에 실패함에 따라, 4.15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등 당내 잠룡들의 거센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대표는 자신이 꺼낸 ‘험지 차출론’ 족쇄에 묶여 끝내 실리를 찾지 못하고 ‘좌충우돌’ 선거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것도 마치 적진에서 장렬하게 싸우다 최후를 마친 전사처럼 말이다. 이것이 홍준표와 다른 분명한 차이다.

데일리메이커 편집국장 장택선

dmakernews@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